[리뷰] 어두운 시대의 슬픈 사랑 이야기, SBS 드라마 '사의 찬미'
[리뷰] 어두운 시대의 슬픈 사랑 이야기, SBS 드라마 '사의 찬미'
  • 장은송 인턴기자
  • 승인 2020.03.20 1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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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사의 찬미' 공식 포스터
/SBS '사의 찬미' 공식 포스터

시대극과 단막극의 조합은 처음이라

[스타인뉴스 장은송 인턴기자] 시대극은 연출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일단 티저에서부터 반했었다. 1차 티저 초반에는 극을 함께한 단원들이 행복하게 웃는 모습으로 시작해 김우진 역을 맡은 이종석 배우와 윤심덕 역의 신혜선 배우가 마주해 웃는 장면까지 완벽했다. 그리고 신혜선 배우님의 사의 찬미 내레이션이 나온다. 중반부터는 심덕과 우진의 행복한 추억들이 나오면서 역시 이종석 배우님의 내레이션이 깔렸고. 그에 비해서 2차 티저에서는 자유를 노래할 수 없던 시대를 잘 드러내고 있다. 영상 속 심덕과 우진은 웃고 있지만 그걸 보는 나는 가슴이 저릿했다.

사실 1화가 시작되고 내가 생각했던 분위기랑은 달라 조금 당황했다. 하지만 두 번째 볼 때서야 알았다. 서로에게 서서히 끌리는 걸 잘 표현했다고. 조국을 위해 극단에서 글을 쓰고 있지만 아버지의 그늘에서 못 벗어나는 우진, 관비로 유학을 와 조국보다는 저와 가족의 하루하루를 생각해야 하는 심덕. 성향이 다른 두 명의 대화와 상황들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영향을 주는 관계를 심덕의 신여성적인 면모로 밝은 모습을 그려내고 그 와중에 우진은 그 시대를 관통하는 특유의 분위기를 잘 잡아준다. 덕분에 시대극이라면 무조건 쓸쓸해야 된다는 내 편견도 벗어나게 해줬다. 특히 극단원들이 장난치며 깔깔 웃는 장면들은 그 시대를 살아간 젊은이들의 현실적인 감정들을 보여주는 것 같다. 암울한 시대지만 그 속에 분명 웃을 일은 있었을 테니까.

2화 중반부터는 애절함이 느껴졌다. 특히 25살의 심덕이 자신이 서서 노래하고 싶은 극장으로 우진을 데리고 가서 "언젠가 여기서 노래 부르게 되면 우진 씨가 지켜봐 줄래요?"라고 했는데 중간에 그들은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5년 뒤 심덕은 정말로 조선 최고의 소프라노가 됐고 그곳에서 노래 부를 때 우진과 재회하는 장면이 아직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때는 이제 우진이 결혼한 걸 알았지만 심덕은 말한다. "관객석 뒤의 당신을 보고 깨달았어요. 나는 한 번도 당신을 잊은 적이 없었다는걸."

또, 둘의 환경에 대한 안타까움도 자아냈다. 심덕은 집안을 위해 시집을 가야 하고 우진은 아버지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었다. 여기서 두 사람이 많이 달라졌다고 느낀 게 심덕은 전까지만 해도 통통 튀는 매력을 보였는데 우진에게 아내가 있음을 알게 된 후로 정말 눈에 띄게 다운이 됐고 결혼 얘기에도 순종적이었다. 물론 바닷가에서 우진에게 울면서 자신을 붙잡아달라고 애원하지만. 반면에 늘 아버지의 뜻에 맞춰 살던 우진은 결국 글만 쓰게 해달라 아버지에게 처음으로 분노를 폭발한다.

3화는 시청자들 울리려고 작정한 것 같았다. 둘이 벤치에 앉아 아리시마 다케오에 관한 이야기할 때는 복선이구나 싶었다. 동반자살을 암시하는 복선. 2화에서까지만 해도 '어떻게 사랑 때문에 동반 자살을 하냐'라던 심덕이 이제 그를 이해하고 있다는 점에서 많이 지쳤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선생은 살고자 한 겁니다. 가장 자신다운 삶을 살기 위해 죽음을 선택한 것뿐이에요." 그리고 조선으로 가는 선상에서 둘은 춤을 추는데 시청자들은 동반 자살이라는 결말을 예견하고 있기에 담담한 모습이 더 아련하게 다가왔다. 마지막 결말도 직접적으로 뛰어내리는 장면을 보여준 게 아니라 보름달이 휘영청하고 효과음만 냈기 때문에 마음 한편으로는 '둘은 살아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모든 것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응원을 하게끔 만든다.

 

믿고 보는 배우들, 이종석과 신혜선의 조합 + OST 장인

​두 사람의 실제 삶을 3시간 만에 다 넣어야 했기에 대본만으로 감정선을 표현하기엔 벅찼을 텐데 연출과 두 주연 배우의 연기로 납득이 갔다. 이종석 배우의 내레이션은 쓸쓸함을 더해줬고, 신혜선 배우는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에서 서리 역할의 밝은 모습과 '황금빛 내 인생'에서 보였던 지안의 모습까지 단 삼화만에 깊은 감정을 따라줬다. 또 알고 보니 동갑내기 배우들이라 서로 호흡 맞추는 데에는 말할 것도 없었다.

​거기다 1화 시작하자마자 시청자들을 한순간에 몰입 시켰던 건 OST였다. 소향의 애절한 목소리와 두 사람의 상황과 같은 가사가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당연히 사의 찬미 한 곡 정도 OST로 나올 줄 알았는데 뜻밖의 귀 호강이었다.

 

내가 생각한 시청자 타겟은 매니아 층

이런 분위기를 좋아하는 시청자들은 곳곳에 분포되어 있다. 워낙 로코물, 아니면 수사 법정물, 나아가서는 의학물까지 드라마 장르는 아무래도 주류층만 있으니 분위기가 어둡지만 서사가 탄탄한 내용은 잘 나오지가 않아서 아쉬워하는 시청자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덕분에 이와 같은 시청자들이 모여 사의 찬미는 단막극 최초로 감독판 블루레이까지 출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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