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영화 <비긴 어게인> 포스터 / 사진=네이버 영화
[스타인뉴스 박대형 인턴기자] 2014년 8월 13일 개봉했다. <원스(Once)>(2006)를 연출했던 존 카니 감독의 작품이다. 키이라 나이틀리, 마크 러팔로, 애덤 리바인 등이 출연했다. 유명한 영화이다. 국내에서는 약 34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미국보다 우리나라에서의 수익이 더 크다고 한다. 2020년 12월 재개봉했다.
“뭘 듣는지 보면 그 사람에 대해 알게 돼” - 영화 <비긴 어게인> 中
여름에 개봉한 줄 몰랐다. 가을에 나온 영화인 줄 알았다. 가을에 처음 접한 까닭이다. <노유진의 정치카페>라는 정의당 팟캐스트에서 추석 특집을 마련했는데, ‘명절에 볼만한 영화’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비긴 어게인>을 추천했다. 좋은 노래 많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애덤 리바인의 <Lost Stars>가 알고 보니 <비긴 어게인>의 OST였다. 같은 자리에서 고(故) 노회찬 의원은 <하늘의 황금마차(Golden Chariot in the Sky)>(2014)를 소개했다. 공통 질문에 인용한 <모터싸이클 다이어리(The Motorcycle Diaries)>(2004)와 <버킷리스트: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The Bucket List)>(2007)까지 묶어서, 아무 연관 없는 네 영화를 ‘패키지’로 기억하고 있다.
<비긴 어게인>이라는 영화는 이듬해 보았다. 유 이사장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다며 내용 설명을 생략했는데, 사실 그럴 만한 내용은 없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인생이 꼬인 두 사람이 밴드를 결성해 야외 녹음으로 앨범을 만드는 이야기’이다. 스토리는 “단지 거들 뿐”인 음악 영화이다. “할리우드 클리셰” “상투적인 발상과 전개” 등의 혹평을 받는다. 잘 만든 영화는 아니다. 그런데도 이 영화를 여러 번 보았다. 영화를 본다기보다는, 기억을 꺼내 보았다.

▲ 영화 <비긴 어게인> 스틸 컷 / 사진=네이버 영화
“난 이래서 음악이 좋아. 지극히 따분한 일상의 순간까지도 의미를 갖게 되잖아. 이런 평범함도 어느 순간 갑자기 아름답게 빛나는 진주처럼 변하거든.” - 영화 <비긴 어게인> 中
음악은 기억을 해상도 높게 ‘저장’하는 데 효과적인 툴(Tool)이다. ‘소리’라는 형식에 풍경, 촉감, 정서, 생각, 상황이 담긴다. 일종의 ‘기억 파일’이다. 저장된 파일은 삶의 맥락과 양상에 따라 해석되고 재구성된다. <비긴 어게인>에는 영화와 관련 없는 가을의 기억이 있다. 가을의 햇살이 있고, 가을의 공기가 있다. 지금은 없는 것이 있고, 가끔 그리운 것이 있다. 7년이라는 시간만큼의 가능성이 있고, 지난 시간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한 성취가 있고, ‘황금마차’는커녕 고작 ‘오토바이’ 타는 것이 ‘버킷리스트’였던 사람이 있다. 극 중 댄(마크 러팔로)의 말마따나, 뭘 듣는지 보면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있다.

▲ 영화 <비긴 어게인> 스틸 컷 / 사진=네이버 영화
불현듯 잘 됐구나 생각하지
여기가 마지막 역인 게
그 의미야 어떻든
- 키이라 나이틀리, <A Step You Can’t Take Back> 中
이번에는 다른 이유로 영화를 보았다. 불현듯 극 중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가 결말에서 지었던 표정이 떠올랐다. 그 표정이 궁금했다. 영화에서 그레타는 연인 데이브(애덤 리바인)에게 <Lost Stars>라는 곡을 선물한다. 이후 두 사람은 헤어졌고, 재회한 자리에서 데이브는 그레타에게 자기 앨범에 수록될 <Lost Stars>를 들려준다. 스타를 꿈꾸었던 그는 발라드 음악을 공연장 음악으로 편곡했고, 그레타는 실망한다. 데이브는 곧 있을 공연에 와 달라고 부탁한다. 공연장에서 데이브는 <Lost Stars>를 원래 버전으로 부르겠다고 하며 노래를 시작했으나, 기어코 후렴은 화려하게 꾸며놓았다. <Lost Stars>를 소개할 때 공연장에 입장한 그레타는 웃음을 띠다가 후렴이 나올 때쯤 어둡게 변하고, 공연 도중 퇴장한다. 그레타는 자전거를 타고 돌아가는 길에 다시 미소를 짓는다.
‘엔딩’의 표정에는 미련이 있고, 기대가 있고, 예감이 있고, 수용이 있고, 작별이 있다. 그레타의 표정이 생각나서 영화를 보았다. 이제 이 영화는 가을에 이어 여름에 개봉한 영화가 되었다. <비긴 어게인>에는 영화와 관련 없는 여름의 기억이 있다. 여름의 햇살이 있고, 사소한 ‘버킷리스트’였던 ‘피어싱’이 있고, 3주기가 있다. 지난 시간이 틀렸음을 입증하는 계속된 실패가 있고, 끝을 마주한 표정이 있다. 여름의 표정이 있다. 영화의 제목이 <Begin Again>이라는 사실을 처음 의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