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마인'부터 '알고있지만'까지...한국 드라마 어떻게 달라지고 있나?
드라마 '마인'부터 '알고있지만'까지...한국 드라마 어떻게 달라지고 있나?
  • 정희림 인턴기자
  • 승인 2021.08.14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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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 속 성소수자 캐릭터의 변화

[스타인뉴스 정희림 인턴기자] 최근 드라마 '알고있지만'의 '솔지완 커플'(윤솔X서지완)이 큰 화제다. 그런데 '윤솔'도, '서지완'도 모두 여성 캐릭터다. 

지난 6월 27일 종영한 드라마 '마인'은 세상의 편견에서 벗어나 진짜 나의 것을 찾아가는 강인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그중 김서형 배우가 연기한 '정서현' 역은 성소수자인 캐릭터로 등장하여 많은 주목을 받았다. 드라마 '마인'에는 '정서현'이 동성 연인 '최수지'(김정화)를 좋아하고 그리워하는 감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물론 그동안 한국 드라마에 성소수자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탄탄한 서사를 가진 캐릭터보다는 웃음으로 소비되고 희화화되는 캐릭터가 훨씬 많았다는 것이 현실이다. 혹은 극 중 비중이 작품 내 분위기를 전환하는 감초 역할에 그치는 경우가 대다수였고 멜로 장면이 연출되더라도 시청자들이 이를 '진지한 멜로'라고 느낄 수 있는 순간을 찾기란 매우 어려웠다. 

이와 달리 '정서현' 캐릭터는 드라마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주인공 중 한 명이다. '정서현'은 재벌 기업의 첫째 며느리로 타고난 귀티와 품위, 그리고 지성까지 겸비한 인물로 등장한다. 한 마디로 기업과 집안을 모두 진두지휘하는 권력과 능력을 가진 인물이다. 이러한 소개만으로도 '정서현'이라는 캐릭터가 얼마나 큰 비중을 가진 캐릭터인지 알 수 있다. 비록 '완벽한' 캐릭터로 표현되어야만 비로소 '덜 욕먹는 성소수자 캐릭터'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아쉬움이 남지만 각종 고정관념이 쌓여 탄생한 우스운 캐릭터로 그려지지 않았다는 점만으로도 아직은 충분히 만족할만하다. 

또한 새드 엔딩이나 애매한 열린 결말이 아닌 행복으로 끝을 맺었다는 점도 기존의 동성애자 커플 서사에서 보기 드문 경우다. 게다가 '정서현'과 '최수지'는 한국 드라마 내에 몇 없는 성소수자 캐릭터 중에서도 더 드문 '레즈비언' 커플이었기에 의미가 있다. 한국의 드라마에서 퀴어 여성이 힘 있는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퀴어 여성과 관련된 문제가 가시화되는 이례적인 현상이었다. 

최근 방영 중인 드라마 '알고있지만'에는 '윤솔'(이호정)과 '서지완'(윤서아)의 아슬아슬한 관계가 나타나고 있다.

대관람차 안에서 고소공포증으로 힘들어하는 '서지완'을 본 '윤솔'은 지완의 손을 잡아주며 괜찮냐고 물었다. '서지완' 역시 '윤솔'의 손을 잡은 뒤 한결 편안해진 표정으로 "이제 괜찮아"라고 답했다. 마치 썸을 타는 듯한 기류를 보여주던 놀이공원 장면은 "주인공 커플보다 더 설렌다", "제발 둘이 사귀게 해주세요" 등과 같은 반응을 가져왔다. 

만취한 자신을 방으로 데려다준 '윤솔'을 보던 '서지완'은 '윤솔'을 껴안은 뒤 "솔아, 나 또 손잡아 줘."라고 말한 뒤 "네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넌 누가 제일 좋아?"라고 물었다. 쓸 데 없는 소리 말라며 말끝을 흐린 '윤솔'에게 '서지완'은 "나만 좋아해라. 제발."이라고 말한 뒤 잠에 들었다. '윤솔'은 그런 '서지완'을 보며 "나 희망 고문하는 거 그만해"라고 말하며 착잡한 표정을 보였다. 서로의 감정이 비친 이 취중 고백 장면 역시 각종 SNS에 재업로드되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알고있지만'은 아직 방영이 끝나지 않은 드라마이기에 앞으로 이들의 관계가 어떻게 펼쳐질지는 알 수 없다. 어쩌면 회차가 지나면서 성소수자에 대한 고정관념이 담긴 대사나 연출이 다시 등장하거나 뻔한 서사가 반복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주목해야 할 것은 성소수자 캐릭터의 멜로 장면을 받아들이는 대중들의 반응이다. 매체에서 성소수자의 모습이 나타나는 것을 반대하는 대중들은 여전히 너무나도 많지만 더 이상 동성 간의 사랑이 엄청난 금기로 받아들여지지만은 않는 듯하다. 이미 많은 네티즌들이 '윤솔'과 '서지완'의 사랑, '정서현'과 '최수지'의 사랑을 마치 익숙한 '이성애적 사랑'을 바라보듯 응원하고 있음이 이를 증명한다. 이러한 반응이 존재하기에 미디어에 등장하는 성소수자 캐릭터도 점차 다양해질 수 있었다고 여겨진다.

물론 아직은 부족한 면이 많다는 점에 동의한다. 대중보다도 방송계가 더 느리게 움직이고 있다는 지적도 허다하다. 몇 년 전 JTBC 드라마 '선암여고 탐정단'에 여고생 간의 키스 장면이 방송되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중징계인 '경고'를 내렸다. 당시에도 이는 시청자 정서를 위한 합리적인 선택이었다는 옹호가 있었던 반면, 방송사가 성소수자 혐오에 앞장서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모든 변화는 한 번에 이루어지지 않기에 개인의 가치관, 종교적 신념 등 다양한 이유에 따라 이에 대한 생각은 충분히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개인이 아닌 큰 영향력을 가진 방송사, 미디어 등이 의도적인 '성소수자 지우기'를 하기에는 이미 시대가 너무나도 많이 변했다.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 따라 앞으로는 한국의 드라마에서도 훨씬 다양한 성소수자 캐릭터들을 볼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오히려 점차 일상적인 존재이자 주제로 다가오고 있다고도 느껴진다. 하지만 그만큼 성소수자 캐릭터를 어떻게 설정하고 표현할 것인가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윤솔'과 '서지완'의 관계도 사실 여성 캐릭터와 남성 캐릭터였다면 지극히 평범하게 보였을지도 모를 썸 혹은 연애가 아닐까?', '그렇다면 기존의 성소수자 멜로 서사에는 어떠한 공백이 있었던 것인가?', '정서현처럼 모든 시청자가 좋아할 수밖에 없는 완벽한 캐릭터로 만들지 않더라도 성소수자 캐릭터가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까?'와 같은 고민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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