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아일랜더'는 2017년 스코틀랜드 멀 섬 워크샵에서 처음 선보인 작품으로, 2019년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최우수 뮤지컬상을 수상하였으며, 올해 한국에 처음 초연 공연으로 선보이게 된 작품이다. 여성 2명이 극을 이끄는 2인극으로, 스코틀랜드 전통음악을 바탕으로 한 넘버가 루프스테이션을 기반으로 이어지는 독특하고 감각적인 아카펠라 뮤지컬이다. 섬마을 키난에 사는 유일한 아이인 '에일리'와 떠다니며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세타 섬의 신비로운 아이인 '아란'의 만남을 통해 소통과 화해의 순간을 그려내고 있다. 에일리 역에는 이예은, 강지혜 배우가, 아란 역에는 정인지, 유주혜 배우가 캐스팅되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전반적인 음악을 이끌어가는 '루프 스테이션' 기법이다. 넘버 뿐만 아니라 극 진행에 필요한 배경음악까지 모두 배우들의 목소리와 루프 스테이션으로 만들어가기 때문에 배우들이 온전히 무대를 가득 채우는 경험을 할 수 있게 된다. 빗소리, 바람 소리, 배경에 필요한 박자까지 목소리로 쌓아 올린 다음, 그 위에 넘버를 얹어 부를 때면 공연장 내부가 키난 섬의 동화같은 분위기에 잔뜩 젖은 듯한 인상을 준다.

뿐만 아니라, 하나의 섬을 옮겨 놓은 듯한 중앙의 동그란 무대 역시 작품의 큰 매력 포인트 중 하나이다. 중앙 무대를 중심으로 동서남북, 사방에서 무대를 관람할 수 있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고, 동그란 무대 바닥 및 사방의 위쪽 벽에도 조명 및 영상이 흘러나와 공연장을 신비로운 분위기로 가득 채워준다. 바다와 섬이라는 신비롭고 동화적인 분위기에 걸맞는 바다 영상 및 조명 역시 작품에 몰입을 도와주며, 장소 표현 뿐만 아니라 무대 위 인물의 심리상태 역시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작품을 관통하는 큰 메세지 중 하나는 '소통'이다. 극 중 이런 장면이 등장한다. 에일리와 엄마의 갈등이 나타나는 장면에서, 두 사람은 서로가 모두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대화를 나누지만 서로를 이해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에일리와 아란의 갈등이 해소되는 장면에서, 두 사람은 서로 알아들을 수는 없는 고래의 언어로 대화를 나누지만,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결국 화해하게 된다. 이와 같은 장면들이 이어지는 것을 보며, 우리는 소통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단순히 문자적으로 알아들을 수 있는 문장과 단어를 주고 받는 것이 소통이 아니라는 것,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담긴 진심과 말을 주고 받는 태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래의 언어를 알아들을 수는 없어도 마음을 열고 소통하려고 했던 에일리의 모습과, 아란과 에일리가 고래의 언어로 말미암아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게 된 장면을 보면서 우리가 말하고 소통함에 있어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서툴지만 그만큼 순수하고, 또 용감한 두 아이가 상처 주고, 상처 받으며 성장하는 모습을 통해 관객석에서 함께 위로를 얻어가는 작품이다. 섬을 둘러싼 현실적인 문제는 바다와 고래 앞에서 푸르게 흐려지고, 응어리진 마음은 파도와 함께 밀려간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같은 작품인 뮤지컬 '아일랜더'는 우란 2경에서 10월 31일까지 공연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