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워지지 않아, 연극 '줄리엣과 줄리엣'
지워지지 않아, 연극 '줄리엣과 줄리엣'
  • 고유진 인턴기자
  • 승인 2021.10.3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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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줄리엣과 줄리엣' 포스터
연극 '줄리엣과 줄리엣' 포스터

여성과 여성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연극 '줄리엣과 줄리엣'이 지난 2018년도 초연에 이어 올해 삼연으로 돌아왔다. 수많은 작품들로 각색된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를 비튼 것으로, 줄리엣 케퓰렛과 사랑에 빠진 인물이 로미오의 누나인 줄리엣 몬테규였다는 가정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줄리엣 몬테규 역에는 한송희 배우가, 줄리엣 케퓰렛 역에는 김희연 배우가 캐스팅 되었다. 외에도 줄리엣 몬테규의 남동생인 로미오 몬테규 역에는 허영손 배우가, 줄리엣 케퓰렛의 절친한 하녀 네릿서 역에는 이주희 배우가, 케퓰렛의 오빠 역에는 김연우 배우가, 케퓰렛의 엄마 역에는 이안나 배우가, 로렌스 신부님의 역할을 대신하는 승려 역에는 정지혜 배우가 캐스팅 되었다.

이 작품은 창작집단 LAS에서 선보인 공연으로, 퀴어 여성의 삶을 작품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너무도 익숙한 로미오와 줄리엣의 대사가 극을 가득 채우고 있지만, 단지 대상이 여성과 여성으로 바뀌었다는 이유 만으로도 이 작품은 다른 느낌과 감상을 전달한다.

사회가 가지고 있는 동성애자를 향한 편견의 목소리가 여과 없이 작품 속에 담기고, 이는 원작 로미오와 줄리엣의 비극적인 결말이 펼쳐진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는다. 그들의 죽음 이후 모두 흰 옷을 입고 줄리엣과 줄리엣의 이야기를 다루는 상황 속에서 노란색, 초록색 원피스를 입고 그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춤을 추는 줄리엣과 줄리엣의 모습을 보며,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며 지워지는 그들의 이야기가 관객들의 마음 속에는 오래 남음을 느낄 수 있었다.

사회에서 가장 만연한 혐오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사람들은 그 대상을 사회에서 그저 지워버리고 만다. 줄리엣과 줄리엣의 이야기는 결국 지워지고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로 남아버린 극의 결말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지워지지 않아. 아무리 당신들이 보지 않으려 해도, 우리의 사랑을." 분명 관객들의 마음 속에는 그들의 사랑이 지워지지 않고 남아있을 것이다.

연극 '줄리엣과 줄리엣'은 브릭스씨어터에서 11월 21일까지 공연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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