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뉴스 이하연 기자] “1분 1초가 너무 아까워요. 눈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은데, 최선을 다해서 지금 이 시간을 누릴 거예요.”
오는 20일 개봉하는 영화 ‘외계+인’ 1부에서 고려 시대 권총을 쏘는 이안역을 맡은 배우 김태리가 개봉을 하루 앞둔 1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올해 초 tvN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로 많은 사랑을 받고 이번에는 스크린으로 대중과 만날 채비를 끝냈다. ‘외계+인’은 고려 말 소문 속의 신검을 차지하려는 도사들과 2022년 인간의 몸 속에 수감된 외계인 죄수를 쫓는 이들 사이에 시간의 문이 열리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SF판타지 영화다. 총 2부로 제작됐다.
밝은 모습으로 나타난 김태리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외계+인’의 개봉을 앞두고는 제작 보고회와 무대 인사, 언론 인터뷰 등에 연달아 얼굴을 비추고 있다. ‘외계+인’에 대해 그는 “보면 너무 행복해지는 작품”이라고 표현했다. 그가 출연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영화는 화제가 됐지만 정작 김태리는 영화 시작 45분 이후부터 등장한다. 서운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김태리는 “인간적인 욕심이 아니라 영화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작품만을 위한 선택을 해야 한다”고 쾌활하게 대답했다.
그가 맡은 이안이란 인물의 활약과 서사는 내년에 개봉하는 2부에 더 자세히 나올 예정이다. 특히 이안과 가드(김우빈)의 부녀관계에 대한 표현이 좀 더 구체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1부에서 거대하게 펼쳐진 이야기들이 2부에서 퍼즐처럼 맞춰져 나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외계+인’의 대본은 그에게 마치 만화책을 읽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읽는 내내 ‘아니, 세상에 이런 일이 있다니!’, ‘여기서 이렇게 된다고?’하면서 연신 감탄했다고 했다.
‘아가씨’ ‘리틀 포레스트’ ‘승리호’ 등 전작들이 큰 사랑을 받은 탓에 부담감을 가질 법도 하지만 김태리는 “세상사 내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다”며 초연하게 이야기했다. 그도 한때는 부담감을 느꼈다고 했다. ‘승리호’의 개봉을 앞둘 때였다. 가뜩이나 부담감이 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극장에서 개봉하지 못할 상황이었다. 생각지 않게 넷플릭스가 돌파구가 됐다. 그는 ‘일이 이렇게도 풀릴 수 있구나’하는 생각을 하며 뜻대로 되지 않는 일에 연연하지 않게 됐다.
김태리는 “(영화는) 나 하나 때문에 성공하거나 망하는 게 아니라 협업”이라며 “(영화가)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은 당연히 있지만 ‘안 됐을 때 어떡하지’하는 불안감은 없다”고 말했다.
데뷔 9년 차에 접어든 김태리는 본연의 자유분방함을 드러낼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는 “예전엔 신인이라는 장막이 있어서 남들이 정해 놓은 선을 지켰다면 지금은 내 선을 남들에게 보여줄 때가 됐다고 생각하게 됐다”며 “그 전에 나는 누구인가 고민했으나 지금 나는 내가 누구인지 알면서 살고 있다”고 했다.
그는 “내가 했던 모든 작품이 나의 삶에 영향을 미쳤다”면서 현재의 삶은 연기와 일상에 구분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태리는 “나는 생각이란 걸 하는 순간부터 배우의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삶을 살면서 배우는 모든 것들이 내가 다음 작품을 할 때 도움이 되는 일이다. 배우는 쉬는 시간이 없는 독특한 직업”이라고 전했다.
아무리 몸이 피곤해도 성취감과 에너지를 느끼는 게 행복하다고 했다. 그는 “나는 잠이 없으면 못 사는 사람인데 잠을 못 자겠더라. 모든 게 나에게는 배움터이고 선생님이다. 쉬는 시간에 하는 모든 것들도 다 자양분이 되기 때문에 나는 일을 위해서 살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지금은 내 인생을 빛나게 해줄 순간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살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