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굿즈’ 앞세우는 기업들, 진짜 환경을 위한 것일까?
‘친환경 굿즈’ 앞세우는 기업들, 진짜 환경을 위한 것일까?
  • 김민지 인턴기자
  • 승인 2023.01.07 12: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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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의 끊임없는 그린워싱 논란… ‘안 만들고, 안 사는 문화 만들어야’

스타벅스 매장 한 편에는 흔히 ‘굿즈’라고 불리는 MD상품(기획 상품)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텀블러, 머그컵, 코스터, 가방, 다회용 빨대, 우산, 목베개, 비치웨어 등 다양한 물품이 진열대를 가득 채웠다. 맞은편 벽면에는 ‘지구를 위한 스타벅스의 약속! 플라스틱 사용량 줄이기! 빨대 없는 리드 또는 종이 빨대 사용, 친환경 나무 소재의 우드스틱 사용으로 플라스틱 절감에 동참해주세요’란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최근 기업의 ESG(환경·사회적 책임·거버넌스)가 강조되고, 다소 비싸더라도 환경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구매하는 식의 가치소비를 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많은 기업들이 친환경을 표방하고 있다. 이른바 ‘그린 마케팅’이다. 하지만 그린 마케팅을 하면서 동시에 다른 한 편으로 철마다 색다른 굿즈를 쏟아내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선 이 같은 기업의 행태를 두고 “전형적인 그린워싱(Green Washing·위장 환경주의)”라는 비판이 나온다. 겉으로는 환경 보호를 외치면서,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을 생산하고 소비를 부추긴다.

그린 마케팅과 굿즈 마케팅에 동시에 앞장서는 대표적인 업계가 카페 프랜차이즈다. 스타벅스를 비롯한 많은 카페 프랜차이즈가 환경 보호 캠페인을 벌이면서 굿즈를 사은품으로 증정하거나 판매하고 있다. 굿즈의 상당수는 재활용이 어려운 복합재질의 플라스틱 소재로 만들어져 있다. 특히 텀블러는 거의 대부분의 카페에서 판매·증정하는 단골 굿즈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텀블러는 최소 50번, 스테인레스로 만들어진 텀블러는 최소 220번 사용해야 환경 보호 효과가 있다. 그런데 매 시즌, 여러 브랜드에서 텀블러 굿즈가 나오다 보니, 집에 여러 개씩 쌓아두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한편, 스타벅스는 최근 자사가 올여름 출시한 굿즈인 ‘서머 캐리백‘에서 1급 발암물질로 분류되는 폼알데하이드가 검출돼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스타벅스는 이에 사과를 하며, 해당 굿즈를 수령한 소비자에게 새롭게 제작한 굿즈를 증정하는 등의 보상안을 내놨다.

교보문고·알라딘 등 서점업계도 굿즈를 쏟아낸다. 일정 금액 이상의 책을 사거나 특정한 책을 사면 사은품으로 받거나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에코백, 텀블러, 담요, 문구류 등 스테디 셀러부터 얼음틀, 양산, 썬캡, 비치볼 등 여름 겨냥 아이템까지 수십 가지의 굿즈가 팔리고 있다. 직장인 최모(42)씨는 “환경과 관련된 책을 사는데 (서점이) 굿즈로 에코백을 준 적이 있었다”며 “한 사람이 에코백 하나를 평생 쓰면 환경 보호에 도움이 되겠지만, 나만 해도 에코백이 수십 개 있다. 서점들이 이제 이런 굿즈를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엔터업계도 그린워싱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응원봉, 포토카드, 피규어, 액세서리, 옷, 이불 등 다양한 종류의 굿즈들이 판매되고 있다. 일부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실물 앨범을 여러 장씩 구매하곤 하는데, 이는 굿즈가 앨범에 무작위로 들어 있기 때문에 원하는 굿즈를 얻기 위해서인 경우가 많다.

홍수열 한국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굿즈를) 안 만들고 안 버리는 게 가장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홍 소장은 “꼭 필요하거나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소비가 아님에도 기업의 마케팅에 휩쓸려서 굿즈를 소비하는 경우, 그 굿즈가 친환경적으로 만들어졌다거나 (여러 번 사용을 통해) 환경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며 “굿즈가 생산될 때 에너지가 투입되고, 배출될 때 오염물질이 나오는 등의 환경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구매자들의) 소비에 대한 성찰이 중요하다”며 “굿즈를 포함해 불필요한 소비를 어떻게 줄여나갈 것인가에 대한 장기적인 소비자 인식 개선 운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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