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리뷰] 음악으로 그려보는 자연의 경치, 경치 - 경치
[소소한 리뷰] 음악으로 그려보는 자연의 경치, 경치 - 경치
  • 안정욱 인턴기자
  • 승인 2023.07.09 00: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연의 뜻풀이는 다음과 같다. ‘사람의 힘이 더해지지 않고 스스로 존재하거나 이루어지는 모든 존재나 상태’. 사람의 손에서 벗어나 자의적인 힘으로 부피를 키우는 자연적인 것들을 향해 우리는 때론 경이를 느끼거나 인적인 영역에서 벗어나 함부로 간섭할 수 없는 공포심을 느끼곤 한다. 자연은 이토록 양가적이다.

경치
경치 - 경치

 

전자음악에 있어서 이런 자연적인 정경을 형상하려는 시도는 틈틈이 이루어져 왔다. 무릇, 자연을 테마로 하지 않더라도 특정한 공간감을 조성하려는 접근은 그 자체로 자연적인것을 목표로 하고는 듯 보이기도 한다. 가장 인()적인 요소로 자연을 구현해 보려는 것. 어쩌면 이런 모순됨은 자연의 소리가 있고 그로부터 음악이 파생되기 시작했다는 원인과 결과를 뒤집어 보이지만, 반대로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 자연을 탐구하려는 선험적인 판단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일레트로닉 아티스트인 경치에게 이러한 자연의 양가성은 어떠한 형태로 자리하고 있었을까. 슬쩍 그의 데뷔 앨범인 [경치]의 라이너 노트를 엿본다. ‘오랫동안 대중적인 것과 마이너한 것 사이에서 항상 갈등이었습니다’. ‘대중적인 것마이너한 것의 병치는 마치 자연의 양면처럼 여겨지기도 하고 이를 토대로 경치가 내놓은 답은 자연을 예찬하거나, 경계하는 식의 편향된 접근법이 아니다. 어느 한쪽으로도 고착되지 않으며, 중심에서 사람의 힘이 더해지지 않아야그 가치가 극대화될 수 있듯, 복면처럼 감춰진 자연적인 힘을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의 원동력으로 삼는다. ‘경치는 아티스트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연적인 풍경을 의미하고, 동음이의처럼 두 갈래로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이를 토대로 하나의 줄기로 겹쳐보면경치가 보는 경치라는 재미있는 결론이 남게 된다.

 

앨범 대개의 수록곡은 자연이거나 혹은 자연 친화적인 제목을 띄고 있는데, 첫 곡인 재생에서부터 앨범이 지닌 테마를 적극 내비쳐 보인다. 얕게 깔린 드럼 앤 베이스와 각종 맑은소리가 부닥치며 과도하지 않고, 편안하게 몸을 이완시킨다. 중간중간 라운지풍으로 분위기를 전환하기도 하며, 곡이 점차 고조될수록 응축되었던 에너지가 전자음 소리와 결합하며 신비감을 조성해 낸다. ‘뿌리뿌리나무그리고 그것의 시간이 쌓여 운집된 나무나무숲또한 적절하게 동조한다. 독특한 자연의 소리를 빗댄 샘플들과 사이키델릭한 선율들이 굽이치며 형성하는 독특한 공간적인 측면에서 긴밀한 연결성을 지닌다는 점에 그러하다. ‘단풍에서 서정적이고 잔잔한 코드로부터 짧게 끊어지는 브라스 사운드를 이용해 여름 해변의 댄서블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반전된 구조를 취하는 것 또한 특기할 만한 부분이다.

 

이쯤이면 그가 영향받은 어느 날 한 앨범에 대해서도 궁금해지기도 한다. “경치를 들으며 간간이 떠오른 건 모트 가슨‘Mother Earth’s Plantasia’와 포터 로빈슨의 ‘Nurture’ 같은 앨범들이었다. 물론 개인적인 추측에 불과할 뿐이니, 그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 저것이라 확실히 지칭할 수는 없을 것이다. 좋은 경치를 위해 우리에게 남은 일은 감상하는 것뿐이다. 그것으로 음악과 자연의 순차적인 관계를 초월하며, 그 이해관계를 조금이나마 그려낼 수 있게 될 것이다.

 

 

안정욱 인턴기자. 스타인뉴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